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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트렌드 및 전망

1891년을 회고하며 : 어느 장의사의 통신기기 발명 이야기

 

'장의사' 스트로저


1891년은 참 다사다난했던 해였습니다. 그 해에는 비디오의 발명을 이끌었던 데이빗 사노프, 제2차 세계대전 중

북아프리카에서 주축국 진영을 지휘했던 에르빈 롬멜 장군, 작가 헨리 밀러, 탁월한 음악 작곡가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 등이 태어났습니다. 또한 <모비딕>의 작가 헤르만 멜빌이 작고하고, 셜록 홈즈 시리즈가 중단돼

많은 사람들이 슬픔에 잠겼던 해였죠.


한편 1891년은 사회 및 기술적 혁신이 대대적으로 일어났던 한 해이기도 했습니다. 이 해에 토마스 에디슨은

영화 카메라, 라디오용 전기 신호 전송으로 기술 특허를 받았죠. 또한 여행자 수표와 전기 철도가 각각 특허를

받기도 했고요.


그러나 오늘 우리가 주목하려는 주제는 바로 1891년 3월 10일, 미국의 장의사 ‘알몬 스트로저(Almon Strowger)’가

출원한 특허입니다.

 

 

평범한 장의사가 자동 전화 교환기를 발명하기까지


스트로저는 미국 미주리 주의 평범한 장의사였습니다. 그는 언젠가부터 자신의 사업이 기울고 있다는 걸

깨달았는데요, 정말 기가 막힌 것은 사업 쇠락의 원인이었죠. 미주리 주의 사망률 감소 같은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이 아니라, 바로 자신의 라이벌 장의사가 마을의 ‘전화 교환수’와 결혼한 것 때문이었는데요.

 

가족, 친지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경황이 없는 마을 주민이 전화를 걸어 장의사를 찾으면, 그 전화 교환수는

고객의 선택권을 무시한 채 자연스럽게 그녀의 남편에게 통화를 연결시켜 주었습니다. 즉, 통화자가 구체적으로

“스트로저 씨에게 연결해 주세요”라고 요청하지 않는 한, 모든 장의사 요청 관련 통화는 그녀의 남편에게

연결되는 셈이죠.

 


이에 분기탱천한 스트로저는 급기야 ‘발명’에 뛰어들었습니다. 먼저 그는 판지 실린더에 10개의 곧은 핀으로 구성된

열(row) 10개를 실린더의 안쪽을 향하게 해 밀어 넣은 후, 중간에 연필을 놓고 이 연필에 연필 길이의 금속 와이퍼를

부착했습니다. 와이퍼를 연필 위 아래로 움직이게 하거나 연필을 회전하도록 할 수 있다면, 10개 열 모두에서

접점(핀)과의 연결점을 생성할 수 있기 때문이죠.


스트로저는 또한 전화 서비스 가입자라면 누구든지, 이론적으로, 다른 가입자와 전화를 연결할 수 있다는 것도

계산해 냈습니다. 즉, 각각의 전화 가입자에게 앞서 발명했던 류의 기기들을 할당할 수 있다면, 적절한 전기적 연결을

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가입자들에게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다른 가입자들과 연결이 가능해 지는 것이죠.

가입자들 간의 연결을 위해, 스트로저는 ‘전자석’의 사용을 고안해냈는데요, 그러나 대체 전자석을 어떻게 ‘제어’해야

할 것인지가 큰 고민거리였죠.

 

이에 스트로저는 각각 자석이 연결된 버튼을 각 가정과 사무실에 구비하는 방법을 생각해냈습니다. 각 버튼을

자석에 연결시킨다는 것은, 수직 스테핑(vertically-stepping) 자석을 작동시키고, 회전 스테핑(rotary-stepping)

자석을 작동시키고, 벨을 울리는 전압 전송을 개시하고, 통화 종료 시 연결을 끊고, 접지를 하기 위해 각각 하나의

전선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들 5개의 전선이 가입자와 중앙 전화국 사이를 이어주는 것이죠. 화 교환수가

공정하게 전화 연결만 해줬더라도 아마 일평생 그저 평범한 장의사로 살았을 스트로저는, 이렇게 발명가로서

인류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


지난 3월 10일은 스트로저의 특허 등록 121주년이었습니다. 그의 아이러니와 유머 가득한 발명 비하인드 스토리도,

그가 기술적으로 인류에 기여한 바를 기억하는 것은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가 발명한 ‘스위치’가 전화 서비스

고객들에게 최초로 ‘선택권’을 부여했다는 사실도 한번쯤 상기해보면 어떨까요? ^^

 

 

이 글은 시스코의 외부기고가 스티븐 셰퍼드(Steven Shepard)가 원문 1891: What a Year – One Undertaker’s Story of Telecom Invention을 통해 포스팅 한 글입니다.